전산학도 이야기




   나는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사소하게는 당장 오늘 저녁을 뭘 먹을까부터, 진로고민, 취업고민 등 약간은 먼 미래에 대한 고민까지, 늘 고민을 달고 산다. 그렇지만 고민을 떨쳐내는 시간은 빠른 편이다. 나의 '될대로 되라'는 생활 태도나, '그러려니..'하고 넘겨버리는 천성적으로 낙천적인 성격 덕분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남들에게 내 고민을 털어놓은 기억이 거의 없다. 그런데 내 친구들은 그걸 보고 내가 고민이 별로 없어 보였던 건지 나와 많은 고민거리들을 나누려곤 했다.

  그런데 막상 친구들의 고민을 듣다보면, 내 친구들의 고민은 대개가 진로/사랑 문제였다. 그렇다고해서 그것에 대해 뭐라 말해주고 싶어도 자기 스스로는 이미 마음속에 정해둔 답이 있어서 그 답이 아닌 말을 해주면 스스로 비관하고, 우울해했다. 그때 나는 친구들에게 많이 곤혹스러웠지만, 앞으론 고민하고 있는 친구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려 한다. 바로 '미쳐가는세상에서 행복해지는 심리학'이라는 책이다.
 
  추천해주기에 앞서, 내가 한가지 밝히고 싶은 게 있다. 사실, 이 책을 맨 처음 읽을때는 썩 탐탁지가 않았다. 먼저 제목에 '심리학'이라는 단어가 있었지만, 정작 책 내용은 딱히 심리학과 관련있어 보이진 않았다. 그리고 글 중간중간에 인용된 정보들은 대체적으로 출처가 불명확하고, 확실히 검증되지 않았으며, 다분히 시사적인 정보들이 많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책을 끝까지 읽을까 말까도 고민할 정도였다. 그렇게 지지부진하게 읽다가 어느날 갑자기 이 책의 내용들이 다른 관점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작가가 이 글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작가가 다루고 있는 고민을 가진 사람의 관점에서 읽으면 어떨까!'. 그렇게 내가 이 책을 보는 관점을 바꾸자 책의 내용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희망을 주는 책이 된 것이다.

 
살짝 미쳐가는 세상에서 완전 행복해지는 심리학
국내도서>시/에세이
저자 : 박지숙
출판 : 무한 2009.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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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이 책에서 정보의 정확성, 사실성을 챙길 필요는 없다.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늘 확실하고, 올바른, 그러나 위협적인 정보가 아닌 약간은 불완전하더라도 우리의 마음을 보살펴주고 위안이 되는 정보니까 말이다. '모르는게 약이다'는 말도 있듯이, 알고 있는게 많아진다고 행복해지는 건 절대 아니다. 작가는 그 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여러 가지 고민으로 고뇌에 빠진 도시인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콕콕 집어서 전달해 준다.
 
  한 때, 사회 전체에 웰빙이라는 거대한 바람이 지나갔던적이 있었다. 어떤 물건이든 간에 웰빙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출시됬었고, 마치 웰빙이 아니면 건강에 해로운 물건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 마냥 웰빙이 넘쳐났던 시기였다. 심지어 웰빙 변기커버, 웰빙 때밀이 수건까지 나왔으니 말이다. 작가는 그런 웰빙 대세를 무리해서 따라가느라 행복하지 못하다는 사람들을 위해 한 '웰빙녀 A'과 웰빙과는 아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직장녀 B'를 소개하고 있다.

  내용은 단순하다. A는 매일매일 몸에 좋다는 요가, 필라테스를 하고 유기농 음식을 찾아 먹어도 월말에 찾아올 카드 결제 청구서 걱정에 늘 불행해 한다. 그러나 B는 밥먹듯이 야근을 하고, 담배를 피며, 아침보단 야식을 더 많이 먹지만, 정작 B 자신은 열심히 일한 후의 담배와 출출할때 먹는 라면에서 늘 행복함을 느낀다고 반롢나다. 웰빙이 행복을 주는 게 아니라 행복이 웰빙을 준다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는 행복을 마음가짐의 차이에서 얻을 수 있다고 말하고자 한다.
 
  난 내 주변에서 스스로를 늘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이 사회의 무능함을 탓하며, 불행의 늪으로 빠지는 친구들을 몇몇 봤다. 아마도 그들은 역시 첫 마음을 잘못 잡은 것 같다. 긍정적인 생각이 아닌 부정적인 생각으로 말이다. 난 항상 남들에게 내가 운이 좋은 살마이라고 얘기하고 다닌다. 특히 뭔가 좋은 일이 생기면 늘 남들에게 알리고, 안좋은 일이 생기면 덤덤히 사실만 알리고 속마음을 숨기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들도 날 행복한 사람으로 알아주고 나를 늘 미소로 대해준다. 작가는 행복도 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긍정적인 정보를 선택해서 받아들이는 데서 온다고 말하고자 한 게 아닐까? 행복하기 위해선 일단 긍정적이고 볼일이다.


Posted by 위디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