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학도 이야기


    군대를 갔다온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든지 휴가가 주는 그 짜릿함을 알고 있을 것이다. 반복되는 일과와 고된 훈련, 선임들의 갈굼과 상관의 이런저런 간섭들을 겪다보면, 적어도 한 번 이상은 군대를 탈출하고 싶기 마련이고, 자연스레 휴가와 외박에 목매기 마련이다. 그런데 반복되고 고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전역 후 민간인이 되고난 뒤에도, 젊을 때 뿐만이 아니라 나이먹고 나서도 다 똑같나 보다. '집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라는 책은 일상에서 탈출해 드넓은 바다를 항해한 대한민국 열 넷 남자들의 집단 탈출기이다. 얼마나 나오고 싶었으면, 배 이름도 '집단가출호'로 지었다.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
저자 : 허영만,송철웅
출판 : 가디언 2010.07.20
상세보기

     집단 가출호 대원들 중 몇 명을 제외한 대부분은 요트를 타본 적이 없는 초짜 선원들이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선장인 허영만 화백은 요트세일링을 술마시다 홧김에 정한거고, 나머지 대원들도 비슷하게 정했다. 그래서 그들은 처음엔 모기 떼, 밀려오는 구토 등 예상치 못한 것들로 생고생을 한다. 심지어는 거센 바람과 높은 파도에 휩쓸리며 전복위기, 좌초위기, 더 심하게는 항구에 도착해서도 요트가 부서질 뻔한 위기를 겪기도 한다. 작가가 말하듯, '요트 여행 = 비키니 미녀와 선상파티!' 라는 환상은 항해 초반부터 깨져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고생만 했다면 이 책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집단 가출호는 고생한 만큼 대한민국 유명한 섬들의 빼어난 풍경들을 찍어왔다. 또한 '식객'의 허영만 화백이 같이 탄 만큼 선상에서 맛본 별미들과 각종 회, 찜들도 소개한다. 그 과정에서 약간의 반전(?)도 있었지만 말이다. 이런 것들을 보면 요트 세일링은 호화스러운 파티나 비키니 미녀들이 아니더라도 남자의 로망을 자극하는 많은 필수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 오죽 했으면 어떤 대원은 바다에 나갈때마다 입으로 밑밥을 뿌리는 고생(?)을 하면서도 이 항해 일주에 참가했겠는가.

    나는 이 책을 통해 요트세일링이라는 레저 스포츠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나 역시 '요트 여행 = 선상 파티'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어서 이 책을 계기로 그 인식을 바꿀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집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는 쉽게 접하기 힘든 요트세일링의 낭만과 고통(?)을 만나보고, 그 입문 방법까지 알 수 있는 좋은 책이 아닌가 싶다. 또 허영만 화백이 그린 항해중 에피소드들도 책 곳곳에서 유쾌한 웃음을 준다. 다만 가끔 요트 관련 용어가 설명없이 나올 때가 있어 조금 아쉽지만, 요새는 스마트폰 등으로 쉽게 검색할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안될 것이다. 만약 남들이 흔히 하지 않는 색다른 일탈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Posted by 위디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