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학도 이야기


엄마를 부탁해
국내도서>소설
저자 : 신경숙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0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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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처음 '엄마를 부탁해'를 읽었을 때의 감정은 그야말로 압도적이고, 내 영혼을 완전히 짓누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책을 읽으며 얼마나 감정에 북받쳤는지, 눈에는 눈물이 고이고 눈물참는것 외에는 다른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나는 슬슬 군대에 적응해가고, 군 생활도 조금씩 알아가고 있을 참인 1개월차 일병(흔히 일병 1호봉이라고들 함)때 '엄마를 부탁해'를 접했다. 아마도 한창 가족들이 그리워지고, 고된 군 생활로 외로움이 고조될 때 쯤이어서인지 더 깊이 작품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난 그 감정을 다른 전우들과 공감하고 싶었다.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자신이 깊이 감동한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을 교류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나 난 꽤 많은 사람들과 쉽게 공감대를 만들지 못했다. 의외로, 우리 부대에는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압도적인 감동을 받은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다. 분명 '엄마를 부탁해'는 우리 부대의 진중문고였기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읽었고, 게다가 '엄마를 부탁해'를 읽는데 특별한 인문학적 소양이 요구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만약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했다면 나도 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 때 만큼은 조금 실망했었다. 나 자신은 이렇게도 감동적이고, 슬프고 수 많은 생각이 스쳐갔는데 정작 이 책을 읽은 다른 선임들이나 동기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읽었다니. 약간 소외감도 들고 내가 지나치게 감정이 예민한, 감수성이 풍부한 편인가 스스로 돌이켜 보기도 했다. 그러곤 먹을 수 없는 포도를 바라보며 '저건 신 포도일거야' 라고 하는 여우처럼, 다른사람들이 '엄마를 부탁해'를 깊이 읽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내 맘대로 속단해 버렸다. 그러나 나는 전우들이 '엄마를 부탁해'에 크게 감동하지 않은 이유가 작품을 대강 읽어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시간이 좀 흐른 뒤에야 짐작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 상병으로 진급하게 되어 한 달 후면 이른바 '상꺽'이 될 때쯤, 나는 '엄마를 부탁해'를 다시 읽게 되었다. 책 내용도 거의 잊혀지고 '실종 사건'이 주던 감동의 여운도 어느 정도 가신 때였다. 나는 '엄마를 부탁해'가 처음 읽었을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다시금 내게 큰 감동을 줄거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차츰차츰 읽어감에 따라 예상과는 달리 감동을 받기 보다는 작가가 만들어 놓은 문학적 장치들을 찾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었다. 큰아들 집의 장미나무나, 시동생 균의 양은함지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문득, 중학교 생활 국어 시간에나 배웟을 법한 말이 생각났다. 어떤 문학작품을 읽을 때는 작품 내의 등장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읽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일병 때 읽었을 때는 나 자신이 너무나 외로웠었고, 가족에 더 의지하게 됬는데, 그런 시점에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니 감정이 더 격해진 것이다. 마치 군대에 있을 땐 모든게 군대에 관련 있는것처럼 느껴지고 세상의 모든 노래가 군인을 생각하며 쓰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랑 비슷하다. 반면, 상병이 되고 나선 상대적으로 일병 때보단 편해지다보니 아무래도 덜 감동받은 것 같다. 물론 두번째 읽는거라 그런 것도 조금 있었겠지만 말이다.
    여하튼, 문학작품을 통한 감동은 독자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아마 선임들이나 동기들이 조금 적게(?) 감동한 것도 '엄마를 부탁해'가 썩 공감되지 않는 상황에 처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난 뒤, 문학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에 관해 한층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처한 상황을 대변해주는 작품이 감동적인 작품의 첫걸음이 아닌가 싶다는 점이다. 
Posted by 위디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