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학도 이야기


   23살의 나는 군대에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읽게 되었다. 대체적으로 이 나이대에 군대에 온 사람들에게는 군대라는 곳이 '유배지'에 가깝다는 생각을 많이 하기에, 문산이라는 '유배지'에서 생활하는 내게 있어서는 책의 제목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이런 생각은 군대에 있던 사람들만 했던 것은 아니었나 보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는 1979년 말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부터 꾸준히 팔린 스테디셀러이며, 제목이 주는 엄숙한 느낌과 젊은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는 깊으 내용 덕에 전국의 양심수(군사독재에 항거하다 투옥된, 당시 기준으로 정치 사범으로 분류된 사람들)들과 젊은 사람들이 즐겨 읽었다고 편자는 밝히고 있다. 당장 내가 읽은 책의 판수만 보더라도 개정 2판에('시인사'에서 출판된 것까지 합하면 5판) 10쇄이며, 개정판이 나오는 책이 굉장히 드문 요즘같은 시기에 이정도 판수라면 가히 시대를 뛰어넘는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10년 후의 나는 지금 읽은 이 책의 가치를 쉬이 여기면 안될 것이다. 200년전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 바로 다음 세대인 아들에게, 제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전해주는 교훈이 지금도 널리 퍼지고 그 효력이 다하지 않았다. 그 점을 말미암아 보면 아마도 그 교훈은 10년후의 나에게도, 그리고 지금 태어난 아기들이 20대가 되는 그 때에도 여전히 훌륭한 교훈이자 인생의 지침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중에서도 지금의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을 바탕으로 미래의 내게 꼭 알려주고 싶은 충고가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는 좋은 글을 쓰고, 좋은 일을 하여 그명성이 널리 퍼지는 가장 중요한 바탕으로 바른 자세와 예절을 중요시 하였다. 다산 정약용 선생 자신도 젊은 시절엔 외모를 단정히하여 행실을 바르게 하는 것을 허식이라 지목하는 풍조에 물들었으나, 지금은 그 시절에 그랬던 것이 한스럽다고 말씀하셨다(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중). 

   그런데 나 역시 몸가짐을 단정히 하는 데 대해 크게 신경을 쓰고 살지 않아서인지 어른들을 만날 때마다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몰라 허둥대는 면이 있는 것 같다. 다산 선생은 몸을 움직이는 것, 말을 하는 것, 얼굴 빛을 바르게 하는 것, 이 세가지를 학문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 하시니, 10년 후의 나도 꼭 이 글을 다시보고 몸가짐을 고치고 예절을 갖추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독서를 많이 해야 할 것이다. 지난 3년의 대학생활을 돌이켜 보건데, 전공 서적 외에 책을 읽었던 기억이 거의 없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독서를 거듭 강조하시고 독서에서 더 나아가 좋은 글귀를 정리하고 모르는 단어와 글자를 습득하여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것을 중요시하였다. 아마 10년 후의 나는 직장을 다니면서 큰 돈을 못 벌어 재테크·직장 생활에 열중하느라 독서를 못했다는 핑계를 댈 것 같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도 지금 당장, 오늘부터 책의 좋은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이 글도 그 시작이 될 것이다.

   부디 이것이 작심삼일이 되지 않길 바라며 10년 후의 내게 이 글을 보낸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양장)
국내도서>역사와 문화
저자 : 정약용 / 박석무역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09.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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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군대에서나마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다는건 행복한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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